둘째 아들이 초6학년이 되면서 뭐든 금방 싫증을 내고, 해야 할 것들을 하기 싫다는 소리를 자주 한다.
어르고 달래는 것도 저학년 때나 할 수 있는 것이지 이제는 다 커서 혼쭐을 내게 된다.
1학기를 계속 그렇게 보내고 있어서인지 서로에게 스트레스가 많이 쌓인 것 같다.
가기 싫다, 하기 싫다는 소리를 꺼낼 때마다 순간적으로 울화통이 터져올라 심하게 혼내는 날이 잦아지고 있다.
그렇게 자리에 앉혀둔들 무슨 유익이 있을까 싶지만 그렇다고 하고 싶은 대로 둘 수도 없고 매일같이 생각만 복잡해진다.
쓰레기통도 꽉 차면 비워주어야 하지 않는가
계속 쌓이기만 하는 스트레스를 방치하면 결국 탈이 날것이 뻔하다
서로에게 좋은 공간이 어디일까 생각하다가 한창 시즌 중인 야구장을 선택했다.
그동안 별 관심이 없어서 평일임에도 야구장이 북적인다는 사실에 놀랐고, 야구 1 경기 보기 위해 금전적인 지출이 많다는 것도 놀랄 수밖에 없었다.
야구장 좌석도 다 같은 좌석일리가 없지 않은가,
소리도 제대로 질러볼 수 있는 곳을 찾다가 홈 응원석으로 정했는데 9회까지 시간이 어떻게 가는지도 모르게 마쳐버렸다.
돌아오는 차 안에서 아들이 나지막하게 한마디를 했다.
엄마, 오늘 너무 좋았어. 재미있게 하루를 잘 보냈어.
싫어, 안 해라고 하던 아들이 좋다는 단어를 말하는 것만으로도 피로가 풀리는 것 같았다.
경기날만 기다리고
전날은 설레어서 잠도 설치고
당일은 웬일로 다녀왔습니다라고 인사까지 하면서 하교했다.
솔직히 즐기지도 않는 야구장 가기 싫었다.
솔직히 잘 입지도 않는 유니폼 비싼 돈 주면서 사기 싫었다.
솔직히 야구장에서 비싸게 사 먹어야 하는 각종 간식들 비용도 아까웠다.
솔직히 9회까지 앉았다 일어났다 응원하고 나니 너무 피곤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들이 좋았다고 하니 나도 다 좋았다.
또 내일부터 서로 말싸움하면서 얼굴 붉히게 될 수도 있겠지만 한번 비워냈으니 다시 채워지는 것에 두려움이 없어진다.
되었다. 이만하면
부모도 아이도 스트레스 풀기 꼭 필요한 시간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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