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기로 약속한 문제집을 잠깐만 잠깐만 하면 자꾸 미루던 아들에게 소리를 지르니 겨우 방에 들어가 책상에 앉았다.
뒤돌아 서서 한숨 쉬고 있으니 이내 나온다
다 풀었단다,
벌써?
10분도 안 지난 것 같은데?
잔소리하려고 홱 돌아서니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질문을 한다
공부는 왜 하나요?
큰 아들의 중, 고등 과정을 보낼 때 원칙은 하나였다.
오늘 할 일은 내일로 미루지 않는다
미루는 여러 가지 것들로 전쟁 같은 잔소리를 퍼부어대야 했지만 안되면 될 때까지 같은 소리를 반복해야 한다는 소신이 있었다.
그건 둘째 아이에게도 마찬가지로 적용되고 있다.
당장은 소나기 피하면 되겠지라는 마음으로 알았어, 곧 할게~라고 쉽게 답하는 둘째 아들이 결국은 약속을 지키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잘 안다. 알면서도 속는 마음으로 끝까지 기다려 본다. 결국 잠자리에 들어가는 아들의 멱살이라도 잡아끌고 나와서 숙제나 계획된 일일학습을 마치게 하는 게 부모로서 나의 일이다.
머리에 남지 않겠지만 할일을 절대 미루면 안 된다는 원칙을 습관 들이기 위한 몸부림 같은 것이다.
공부는 왜 하나요?
공부를 해야 직업을 가질 수 있고, 직업을 가질 수 있어야 돈을 벌 수 있어. 돈이 있어야 가고 싶은 곳도 가고, 먹고 싶은 것과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다고 대답했다.
대답하고 나니 뭔가 답이 부족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단순히 돈이라는 것으로 귀결시키기 보다는 꿈과 비전이라는 단어로 연결고리를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뭐라도 좋은 말을 쥐어짜내고 싶었다.
아들아, 공부를 열심히 해두어야 네가 꿈꾸던 일을 즐겁게 할 수 있고, 사회에서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어.
네 네네네네네
아들이 길어지는 내 잔소리가 듣기 싫을 때 건성으로 내뱉는 대답이다.
결국 아들은 공부는 돈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으로 기억을 하겠지만 동화 속이 아닌 현실에서는 결국은 돈이라는 단어가 중요한 것은 틀린 말은 아니다.
근데 왜 이렇게 찝찝한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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