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아들의 예민함이 폭발했던 고3 작년 1년은 힘들고 힘들고 힘든 시간이였지만 부모로서, 엄마로서 많이 성장한 시간이기도 했다.
내 아이라고 해서 내 소유물이 아닌것을 인정하고 독립적인 존재임을 인정하는데 시간이 걸리고 실수도 많이 했다.
하지만 그 시간들이 있었기에 나는 지금 아이들의 말과 행동이 좀 더 많이 이해되고, 그래서 웃어 넘길 수 있는 여유가 생기게 되었다.
7살 터울 둘째아들이 초6이 되면서 역시나 만만치 않은 살얼음판 같은 일상을 보내고 있지만 완전히 깨지고 박살나지 않는다는 믿음이 있기에 좀 더 의연하게 대처할 수 있어 감사하다.
자녀와 사이좋게 지내는 법?
생각을 단순화 시키기만 하면 어렵지 않다.
목요일은 둘째아들이 너무 싫어하는 한자 방과후 수업이 있는 날이다.
준5급까지 급수시험을 쳐둔것이 있어 계속 하면 좋겠다라는 생각에 억지로 한자방과후를 등록했지만 실수였다.
어찌 저찌 모든 환경들이 제대로 합이 맞지 않아서 아이가 한자를 너무 싫어하게 되어버렸다.
목요일마다 한자 수업 때문에 말다툼을 하게 되고, 아들의 예민함이 폭발하게 된다.
다행히
목요일은 아파트에 장이 들어서는 날이고, 아들이 좋아하는 순대를 저렴하게 듬뿍 먹을 수 있는 날이기도 하다.
좋아하는 순대를 사다두고 아들을 기다렸다.
하교 시간에 맞추어 좋아하는 누들떡볶이를 해두었다.
좋아하는 스팸 김밥도 준비해두었다.
현관문이 열리고 꽝 소리를 내면서 험악하게 닫혔다.
지금 아이의 컨디션이 험악하다는 뜻이다.
온다 간다 인사도 없이 자기방으로 들어서는 아들 뒷통수에 대고 장터에서 순대를 사두고 떡볶이를 해두었다고 말했다.
두번 말하면 짜증낼테니 그냥 차려두고 싱크대 정리를 하다보니 식탁에 와서 먹고 있더라.
그렇게 슬그머니 마주앉아 스팸에 계란 두른 이야기를 요란스럽게 해대고, 오이물기때문에 김밥김이 잘 안 말려 고생했다고 재잘거렸다.
맛있어?
응
떡볶이랑 순대 같이 먹으니 더 맛있지?
응
잘 먹었습니다.
잘 먹었다라는 인사 한마디에 분주했던 시간들을 보상받았다.
자녀와 사이좋게 지내는 법은 많은 것을 바라지 않고, 먼저 손내밀어주고, 작은 것에 감사하면 되는 것 같다.
내일이 되면 또 다른 욕심이 올라올런지도 모르겠지만 오늘 하루는 감사로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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