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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둘맘

귀한 황도 통조림에 담겼던 부모님 사랑

by momtree 2024. 5.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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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관문 손잡이에 마트 할인 전단지가 붙어있었다.

노란색 바나나가 특히나 먹음직스러워보였다.

지금은 마트에서 흔하게 볼수있고,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는 바나나이지만 엄청 귀하던 시절도 있었다.

바나나가 무엇인지 한번도 못보고 자란 사람들도 많던 시절이였다.

아직도 친정가족들 모임만 가면 내가 꼭 풀어놓는 바나나 이야기가 있는데 엄마는 여전히 못 들은 척 하신다.

80년대 초 국민학교 저학년때이던 그 때 

학교 소풍을 하루 앞두고 부엌에는 소풍 가방이 나란히 두개가 놓여있었다.

3살 터울이던 오빠와 내 것이였다.

병 사이다 1병과 과자 간식도 들어있던 소풍 가방 때문에 잠을 이룰 수 가 없어서 잠자리에 누워있다가 부엌에 가서 빨간색 내 소풍 가방을 열어 다시 가지런히 정리했다.

오빠 가방도 정리해주려고 열었는데 이게 무슨 일인가

노란색 바나나 두개가 들어있는 것이 아닌가

기억이 확실하지는 않지만 그 날 처음 바나나 실물을 봤던 것 같다.

늦은밤 부엌에서 울고불고 하는 통에 엄마가 방에서 나오셨고 바나나를 1개씩 나누어서 가방에 넣어주셨다.

엄마는 1개씩 주려고 했다고 하셨지만 그 밤에 소풍가방을 열어보지 않았다면 못 먹었을 수도 있다.

얼마나 섭섭했으면 반백살이 될때까지도 기억에 남아있을까?

 

자식을 둘 키우는 엄마가 되어보니 자식사랑은 그렇게 단편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차별처럼 보이지만 아이들 각자에게 다른 모양으로 다른 방법으로 사랑이 전달되고 있는 것이다.

 

 

 

 

 

감기에 걸려 몸살로 고생하는 남편이 늦은밤 갑자기 황도 통조림이 먹고 싶다고 했다.

남편은 어린 시절 편도선이 약해서 자주 고열로 고생을 했고, 목이 헐어 제대로 먹지 못했다고 한다.

그 때마다 시어머님께서 그 당시 값비싼 황도 통조림을 꼭 챙겨주셨는데 나이가 들어도 몸이 아플때는 꼭  황도 통조림 생각이 난다고 했다.

귀찮기는 했지만 몸이 기억하는 것이니 회복에 도움이 될 듯하여 군소리 없이 다녀왔다.

덕분에 가족 모두가 오랫만에 과일 통조림을 이것저것 맛보게 되어 좋았다.

 

 

마트 전단지에 등장하던 할인 바나나와 황도 통조림을 보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다.

물질이 풍요로운 것이 축복이 되기도 하지만 동시에 감사를 빼앗아 가버린 듯하다.

바나나가 귀하던 시절을 겪었더니 바나나를  볼때마다 그 어려웠던 시절을 떠올리며 현재를 감사하게 된다.

황도 통조림이 귀했던 시절을 겪었더니 자식을 살뜰히 살피셨던 부모님의 사랑을 떠올려보게 된다.

 

빠뜻한 살림이지만 아들 둘에게 인색했던 적은 없었다.

학생 신분에 지나치지 않다면 필요한 것, 가지고 싶은 것은 아쉬울 것 없이 챙겨주었다.

정작 돈을 버는 부모는 용돈이 늘 부족했지만 아이들의 용돈카드는 마를 일 없는 화수분 같았다.

 

지금의 아이들에게 가장 취약한 부분은 역경지수이다.

일부러 만들어 줄래야 줄수도 없는 귀한 것을 오히려 부모라는 이름으로 미리 막아서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바나나와 황도 통조림 같은 것으로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귀한 물건들이 넘쳐나는 세상인데

내 아이들은 무엇으로 나의 사랑을 기억해 낼 수 있을까 

어떤 추억을 꺼내며 일상을 감사하며 살아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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