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조용한 평일 오후였다.
할아버지와 어린 손녀가 마라탕 집으로 들어섰다
할아버지는 손녀에게 담아보라고 손짓하시며 큰 볼을 손에 들고 계셨고, 손녀는 능숙한 솜씨로 볼에 야채와 여러가지 재료들을 담아갔다.
마라탕집에 처음 들어왔을때는 홀 냉장고안에 재료들이 신기해보인다
한국 요리에서는 잘 접할 수 없는 분모자,푸주,중국당면이 특히나 신기해보인다.
할아버지께서도 손녀에게 이건 뭐야 라는 질문을 많이 하셨고, 손녀는 당찬 목소리로 하나하나 그 명칭을 알려드렸다
할아버지 : 햄은 두개 넣었는데 또 담아? 너 햄 싫어하잖아
손녀 : 나 햄 좋아해
할아버지 : 집에서는 잘 안먹던데?
손녀 : 엄마가 햄 먹는거 싫어해서 조금만 주는거야.
할아버지 : 아 그랬구나.
그날은 다른 손님이 없어서 홀이 너무 조용했고, 일부러 들으려고 하지 않아도 할아버지의 손녀의 대화가 잘 들려서 나도 모르게 두 사람의 대화에 집중하게 되었다
연세가 많으신 할아버지는 마라탕 국물이 입이 맞지 않다고 하셨다
친구분들과 순대국밥이나 돼지갈비를 자주 먹으러 다닌다고 손녀에게 설명하셨고, 손녀는 마라탕이 훨씬 맛있다고 자랑을 했다.
할아버지 : 너 덕분에 할아버지 친구들 중에서는 제일 처음으로 마라탕 먹으러 온거야. 다음번에는 또 뭐 가르쳐줄꺼야?
손녀 : 3분 카레
할아버지 : 그게 뭐야
손녀 : 3분에 뚝딱 완성되는 카레야
할아버지 : 아 그런게 있었구나
70대는 넘어보이시는 할아버지와 초등저학년으로 보이는 어린 손녀의 대화를 들으면서 참 따뜻한 느낌이 들었다
어린 손녀에게 하나씩 배우려 하시는 할아버지, 그것도 몰라 라며 놀리는 듯 했지만 할아버지와 함께 또 뭘 할까 고민하는 손녀의 모습이 참 보기가 좋았다
중년이 되니 자녀들과 대화가 제대로 되지 않아서 답답할 때가 많다
말만하면 꼰대라고 하고, 알려주려고 하면 잔소리를 한다고 짜증을 내는 통에 뭘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
할아버지의 손녀의 막힘없이 술술 풀려가는 대화를 들으면서 참 부러웠다
아 그랬구나
아 그런게 있었구나
나한테 가르쳐주겠니
나도 아이들과 대화할때 꼭 사용해보고 싶은 문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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