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고 사는 것이 빠듯했던 어린 시절, 공사현장에 일이 있어야 출근하실 수 있었던 아빠가 다행히 일이라도 다녀오실때면 꼭 간식이 든 검정 봉다리를 들고 들어오셨다.
엄마는 일당을 오롯히 챙겨서 오지 못한 아빠를 타박하셨지만 우리에게는 아빠가 사다주시는 길거리 간식들이 그렇게 맛있고 감사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엄마의 돈걱정 때문이 아닌, 아빠의 퇴근길 간식 봉다리 좋아서 일하러 가시길 바랬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결혼하고 줄곧 맞벌이를 했고, 아이들에게 아낌없이 돈을 썼지만 아이들이 받아들이는 정서가 많이 달랐던것같다
대형마트에 쇼핑을 같이 가서 본인들이 직접 골라담았으니 기대감은 크게 없었을 것이다.
식당 홀 매니저로 일하게 되면 나에게도 퇴근길 검정 봉다리 버릇이 생기기 시작했다.
어느 정도 일이 익숙해지고 배고파 바쁜 걸음을 옮기면서도 두손에는 과일이나 길거리 간식이 항상 들려져 있었다.
집으로 가는 길에 가장 가까운 슈퍼에서 저녁장을 보기도 했고,
더운 여름철에는 아이스크림이나 과일,
추운 날씨에는 붕어빵이나 떡볶이가 퇴근길 봉다리의 주 메뉴가 되었다.
저녁메뉴를 포장해서 가는 날도 많았다.
언제가부터 내손에 먹을 것이 들려져서 현관에 들어서기 시작하니
아이들은 항상 내 손부터 쳐다보는 버릇이 생겼다
아무것도 없이 빈손으로 들어가는 날은 초등학생 둘째는 내 가방을 뒤지기까지 하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우리 아빠도 그랬나보다
자기 자식이 아빠가 아닌 간식을 반기는 것인줄 알면서도 그렇게라도 기쁨을 주고 싶으셨을꺼다
나도 부모가 되고 보니 아이들이 밉고 꼴보기 싫을때도 있지만
그래도 아이들이 뭔가를 받아들고 좋아하는 모습이 좋아서 자꾸만 주고싶어진다
퇴근길 봉다리를 가능하게 해주는 재취업에 새삼 감사하게 되는 요즘이다.
'아들 둘맘'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옥수수면 맛나게 먹기 (0) | 2024.01.03 |
---|---|
할아버지와 손녀의 대화 (2) | 2024.01.01 |
엄마가 걸어간 길 (0) | 2023.12.29 |
눈치없는 눈물 (0) | 2023.12.25 |
백수 부인 (0) | 2023.12.19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