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에 귀천이 없다고는 하지만 직업을 정할때 나이는 중요한 커트라인 요소가 된다
중년에 새로운 직업을 알아볼때 누구나 도착하게 되는 막다른 골목은 나이가 많아서 어렵겠다라는 것이다.
구인을 내는 사장님들 입장에서는 나이대를 거르게 되고, 일할 곳을 찾는 구직자 입장에서는 내가 가기에는 아직까지 여기는 좀 그렇다라고 느끼는 곳을 거르게 되니 이 또한 직업을 구할때 큰 장애가 된다
나 또한 지인을 통해 마라탕 홀 매니저 일을 시작할때 두려움이 컸다.
많은 사람들에게 노출되는 자리에 서야 한다는 부담감이 크게 다가왔고, 동네 아는 사람들이 많은데 혹시나 들르면 어쩌나 하는 걱정도 컸다.
하지만 계속 마이너스 나는 생활비를 채워야만 했다.
걸러내기를 할 수 없을만큼 나는 막다른 길에 와 있었다.
첫날 출근길에 모자를 꾹 눌러섰다.
코로나 시국이라 마스크를 쓰고다니는것도 큰 위안이 되었다.
모자와 마스크로 완벽하게 다 가려 아무도 내가 누구인지 알아볼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첫날부터 나의 착각은 깨어졌다.
첫 출근날부터 아는 지인이 두명이나 다녀갔다.
반응을 어찌해야할지 몰라 어정쩡하게 웃어넘겼지만 하루종일 마음이 부대꼈다
마음만 고생이였겠는가
10시간 정도를 거의 종일 서 있다시피 하며 계속 물에 손을 넣고, 쉴새없이 손으로 뭔가를 들고 오가는 일이 쉽지 않았다.
퇴근할때 가게 문을 열고 바깥공기가 얼굴에 닿는 동시에 눈이 시려 양쪽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예상치 못한 눈물에 기분이 가라앉았다
슬픔도 아니요, 기쁨도 아닌 이 눈치없는 눈물이 반갑지 않았다.
그렇게 몸도 마음도 힘에 겨웠지만 3주를 버텨내니 견딜만 했고,
눌러섰던 모자도 드디어 벗어던지고, 홀 매니저로서의 자부심을 가진채 예쁜 옷들로 출근복장을 차려입고 나서게 되었다
몸과 마음이 새로운 상황과 환경을 받아들이는데 걸린 시간이 보름정도였다.
길지않았던 이 보름이라는 시간이 없었다면 나는 절대로 새로운 자리에서 새로운 출발을 알리지 못했을것이다.
항상 처음이 잊혀지지 않는 법이다
눈치없이 흘러내린 눈물이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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