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들고 배고파서 더 빨리 걸어본 적 나만 있을까?
사무실에 넋높고 앉아 시간죽이기 할때는 나이들어서 식당 이모 하고 있을 줄 어찌 알았겠는가 ㅎㅎ
세상일 이래서 아무도 알수없다는 것인가보다
듣도 보도 못한 코로나를 겪는 중에 머리가 헤가닥 했던 것인지 어쩐 것인지 퇴사를 결정하고 호기롭게 집에 들어앉았다
석달 정도만 쉬고 나서 부동산에나 취직하려 했지만 있는 실장들도 내보내는 판국에 들어오라는데는 없고, 본인이 영업해서 떼먹기 하는 그런 일만 있다길래 아예 발도 붙이지 않았다.
뭐든 할게 있을 줄 알았지만 중년 아줌마가 가볼 만한 곳이 그리 쉽게 눈에 띄지 않았다
1년이 넘어서니 자꾸 늘어나는 빛때문에 카드 리볼빙을 받게 되었다
한달만 이렇게 버텨보자 했지만 리볼빙에 또 카드빛이 늘어 결국은 신용대출로 갈아타야했다
신혼초부터 시작된 남편의 긴 백수생활때문에 이미 카드 돌려막기의 늪에 빠져본 적이 있던 터라 카드론은 절대 사용하지 않겠다 생각했지만 현금이 없으니 어찌하겠는가 카드라고 써야지
지인 식당에 설거지 알바 잠깐씩 하면서 생기는 몇만원이 어찌나 꿀송이처럼 달던지
하지만 계속 할수는 없었다. 왜냐하면 너무 힘들었으니까
손이 재바른 편이라서 후다닥 빨리 빨리 해돌리긴 했지만 바쁜 시간대에는 끝없이 싱크대가 채워지는 통에 겁이 났다
일하고 들어간 날은 팔모가지가 끊어질듯이 아팠다
일손 빵구가 나는 날에 연락이 가끔씩 오긴 했지만 한번, 두번 자꾸 가다보니 돈 몇만원에 억지로 가는게 싫었고, 식당일은 아무래도 내 길이 아니라고 결론지었다.
남편 외벌이로 딱 2년이 채워지니 진짜 막다른 골목에 쳐박힌 것 같았다
지인 식당으로 돌아가긴 싫었지만 뭐든 할일을 찾아야했다
피말리는 새해 1월이 끝나고 2월이 되니 마음이 더 불안했다
어디든지 오라는 곳만 있으면 갈수있을것같던 그때 20여평 되는 마라탕 가게에서 홀 매니저를 찾는다는 소식을 듣고 찾아가 그렇게 본격적인 식당 이모 일을 시작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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