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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둘맘

빛나는 졸업장 우울한 졸업식

by momtree 2024. 1.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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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4년 교육당국이 공식 제정한 졸업식 노래가 기억난다.

빛나는 졸업장을 타신 언니께 꽃다발을 한 아름 선사합니다. 물려받은 책으로 공부를 하며 우리들도 언니 뒤를 따르렵니다.

 

초등, 중등, 고등 모든 졸업식에 이 졸업식 노래가 등장했었는데 지금 시절과는 참 어울리지 않는 가사인 것 같다

꽃다발은 너무 비싸 한아름 선사하려면 십만 원을 훌쩍 넘어버려 엄두도 안 나고,

책을 물려받을 일은 절대 없으며

선배의 뒤를 따르려는 순수함을 가진 후배를 찾으려면 꽤나 시간이 걸릴 것 같다

 

70년대에 3년 터울로 태어난 우리 삼 남매는 초등, 중등, 고등 세 번의 졸업식 중 초등학교 졸업식 사진 한 장이 전부이다.

3년씩 터울이다 보니 졸업식이 겹쳐지는 경우가 많았고, 부모님은 중등, 고등 졸업식은 공평하게 참석하지 않으셨다.

큰 꽃다발을 들고 여기저기 사진사분들에게 사진을 찍고 있을 때 나는 졸업장을 들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교문을 재빠르게 빠져나왔었다. 뒤통수가 괜히 부끄러운 것은 나만의 느낌이었을까?

그렇게 집에 오면 자장면을 시켜주셨고, 자장면 한 그릇에 마음에 위로를 받았었다.

많은 가족들에 둘러싸여 즐거워 보이던 친구들이 참 부러웠었다.

그 당시 감정을 일기로 적어두었더라면 좀 더 상세하게 내 마음을 알 수 있을 텐데 아쉬움이 크다.

분명한 것은 그 부러움이 내게 상처가 되어서 아직까지도 많은 상황에서 나를 위축시킨다.

내 감정을 제대로 표출하지 못하는 사람으로 자랐고, 중년이 된 지금도 그 틀을 깨부수기 위해 애를 쓰고 있다.

빛나는 졸업장을 받아 들었지만 나는 우울한 졸업식 기억 때문에 아직도 마음이 무겁다.

 

오늘 큰 아이가 고등학교를 졸업했다

2월이 아닌 1월 졸업식이 진짜가 아닌 것 같았고, 코로나 때문에 중등을 패스하고 6년 만에 가게 된 졸업식이 낯설었다.

양가 조부모님들이 총 출동하셨고, 연차를 아껴 쌈짓돈 만들던 신랑도 이틀이나 연차를 사용했다.

그렇게 한 아이를 위해 어른들이 5명이나 시간을 뺐는데 정작 사진 몇 장 찍고 나니 싱글벙글 즐거워 보이던 아이는 친구들과 식사약속이 있다고 가버렸다.

아이가 맡긴 빛나고 무거운 졸업장과 앨범, 그리고 꽃다발을 들고 어른들끼리만 점심을 먹어야 했다

한편으로는 이해가 가기도 했고,

또 한편으로는 오히려 아이에게는 행복한 졸업식으로 기억될 수 있겠구나 싶어 좋았다

빛나는 졸업장을 탄 큰 아이가 즐겁고 행복한 졸업식을 통해 모든 날들이 밝아지기를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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