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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9

빛나는 졸업장 우울한 졸업식 1964년 교육당국이 공식 제정한 졸업식 노래가 기억난다. 빛나는 졸업장을 타신 언니께 꽃다발을 한 아름 선사합니다. 물려받은 책으로 공부를 하며 우리들도 언니 뒤를 따르렵니다. 초등, 중등, 고등 모든 졸업식에 이 졸업식 노래가 등장했었는데 지금 시절과는 참 어울리지 않는 가사인 것 같다 꽃다발은 너무 비싸 한아름 선사하려면 십만 원을 훌쩍 넘어버려 엄두도 안 나고, 책을 물려받을 일은 절대 없으며 선배의 뒤를 따르려는 순수함을 가진 후배를 찾으려면 꽤나 시간이 걸릴 것 같다 70년대에 3년 터울로 태어난 우리 삼 남매는 초등, 중등, 고등 세 번의 졸업식 중 초등학교 졸업식 사진 한 장이 전부이다. 3년씩 터울이다 보니 졸업식이 겹쳐지는 경우가 많았고, 부모님은 중등, 고등 졸업식은 공평하게 참석하지.. 2024. 1. 4.
엄마가 걸어간 길 친정 엄마는 40대 중반에 과부가 되셨다. 90년대 불치병으로 여겨졌던 암진단을 받으신 아빠는 어려운 가정형편에 병원비를 감당할 수 없어 집에서 약으로 버티시다 50대 초반에 천국에 가셨다. 엄마는 점점 쪼들리는 생활에도 삼 남매 대학 졸업까지는 뒷바라지하신다며 새벽별보고 나가셔서 밤늦게서야 집에 돌아오셨다. 가방끈이 짧은 중년여성이 할수있는 일은 많지 않았다. 지금 호칭으로 가사도우미나 주방보조일을 알아봐 주는 인력파견업체에 등록하신 엄마는 하루에 2,3건씩 식당일로 여기저기 불려 다니셨다. 그렇게 다니시다 인연을 맺게 되신 의사 선생님 가정에서 10년이 넘게 가사도우미 일을 하시면서 삼 남매가 결혼하고 손주가 태어날 때까지 20년이 넘도록 주 6일을 10시간 넘게 일하시면서 가장으로서 본인의 책임을 .. 2023. 12. 29.
퇴근길 봉다리 먹고 사는 것이 빠듯했던 어린 시절, 공사현장에 일이 있어야 출근하실 수 있었던 아빠가 다행히 일이라도 다녀오실때면 꼭 간식이 든 검정 봉다리를 들고 들어오셨다. 엄마는 일당을 오롯히 챙겨서 오지 못한 아빠를 타박하셨지만 우리에게는 아빠가 사다주시는 길거리 간식들이 그렇게 맛있고 감사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엄마의 돈걱정 때문이 아닌, 아빠의 퇴근길 간식 봉다리 좋아서 일하러 가시길 바랬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결혼하고 줄곧 맞벌이를 했고, 아이들에게 아낌없이 돈을 썼지만 아이들이 받아들이는 정서가 많이 달랐던것같다 대형마트에 쇼핑을 같이 가서 본인들이 직접 골라담았으니 기대감은 크게 없었을 것이다. 식당 홀 매니저로 일하게 되면 나에게도 퇴근길 검정 봉다리 버릇이 생기기 시작했다. 어느 정도 일이 익숙해지.. 2023. 12. 25.
눈치없는 눈물 직업에 귀천이 없다고는 하지만 직업을 정할때 나이는 중요한 커트라인 요소가 된다 중년에 새로운 직업을 알아볼때 누구나 도착하게 되는 막다른 골목은 나이가 많아서 어렵겠다라는 것이다. 구인을 내는 사장님들 입장에서는 나이대를 거르게 되고, 일할 곳을 찾는 구직자 입장에서는 내가 가기에는 아직까지 여기는 좀 그렇다라고 느끼는 곳을 거르게 되니 이 또한 직업을 구할때 큰 장애가 된다 나 또한 지인을 통해 마라탕 홀 매니저 일을 시작할때 두려움이 컸다. 많은 사람들에게 노출되는 자리에 서야 한다는 부담감이 크게 다가왔고, 동네 아는 사람들이 많은데 혹시나 들르면 어쩌나 하는 걱정도 컸다. 하지만 계속 마이너스 나는 생활비를 채워야만 했다. 걸러내기를 할 수 없을만큼 나는 막다른 길에 와 있었다. 첫날 출근길에 .. 2023. 12.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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