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을 하고 나의 첫 생일이 되었을 때 시어머님께서 생일상을 거나하게 차려주셨다.
그 이후로도 생일이 되면 꼭 소고기가 듬뿍 들어간 미역국을 끓여주셨고, 아이들이 태어나고 나서는 아이들의 생일 미역국도 꼭 시어머님께서 끓여주셨다.
직장맘이였던 며느리를 살뜰히 챙기셨던 시어머니를 위해 나도 뭔가를 하기 위해 생신 전날 미역국을 끓여 갖다드린적이 몇번 있었지만 해마다 챙겨드리는 것이 쉽지는 않았다.
20년 결혼생활을 하는 동안 미역국 몇번 끓여드리고, 생신상 집에서 몇번 챙겨드린 것 외에는 주로 외식을 했었다.
그 때마다 어머님께서는 내가 먹고 싶은 것으로 결정할 수 있는 기회를 주셨고, 어머님 생신을 핑계삼아 남편이 그토록 싫어하던 패밀리레스토랑이나 고급뷔페로 장소를 정할 수 있는 호사를 누렸었다.
지금 딸기값이 치솟는 금값마냥 귀하고 귀한 시절이다.
몇일 전 시어머니 생신 때 너무 값비싸서 사다먹지 못했던 딸기를 기쁜 마음으로 구입했다.
평소라면 절대 쳐다보지도 않았을 아주 큰 딸기였다.
그냥 아이들과 먹는다는 구실로는 감당할 수 없던 남편의 잔소리를 듣지 않고도 맛있는 딸기를 마음편하게 먹을 수 있는 기회였다. 쓸데없는데 돈 쓴다고 꾸지람하시던 아버님께서도 어머님의 생신날에는 별말씀 없이 지나가 주셨다.
평소 가성비로 승부하느라 딸기 비싼철에는 자그마한 딸기로만 사다먹다가 시어머니 생신때는 큼지막한 딸기로 구입했더니 그 당도가 진심으로 달고 맛있었다.
딸기가 달고 맛있다라는 말이 진짜였구나
시어머니께서는 본인 자식들만 싸고 도는 시댁어른들과 시누이 때문에 고생을 많이 겪으셨다는 이야기를 자주 하셨었다.
그런 고생을 겪으신 분이셨지만 고부갈등을 깨끗하게 끊어내시고 며느리 편에서 항상 생각해주시는 어머니의 배려는 늘 나에게 힘이 되었다.
남편이 남의 편같이 느껴지는 요즘 지나온 시간들을 많이 돌아보게 된다.
시어머님도 친정엄마도 편들어 줄 사람없이 외로움을 겪으셨을 시간이 얼마나 많았을까
시어머님 덕분에 귀한 딸기를 먹고나니 한결 마음이 넓어지는 밤이다.
'아들 둘맘' 카테고리의 다른 글
새해목표 감사노트 적기 (0) | 2024.02.01 |
---|---|
만약 ~~~라면 (0) | 2024.01.29 |
결혼 20주년 도혼식을 앞두고 남의 편인듯한 남편 대하기 (0) | 2024.01.23 |
옛날 통닭 대 치킨 (1) | 2024.01.22 |
주인의식 가지기 (1) | 2024.01.19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