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혼 초 부부싸움이 잦았다
서로 다르게 살던 두 사람이 하나로 합을 잘 맞춘다는 것이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었다.
웃으며 대화를 시작했다가 으르렁거리며 한쪽이 방을 뛰쳐나가는 일이 잦아졌고 tv를 시청하다가도 말꼬리를 잡으며 싸우곤 했다
그 많은 싸움 중 유독 식사때문에 감정이 폭발할 때가 많았다
맛이 있네 없네 는 베이스로 깔렸고, 실력이 엉망진창이라며 타박을 받을 때가 많아서 자존감에 타격을 받곤 했었다
어느 여름날은 비빔면을 만들어 먹자고 시작했다가 이혼까지 갈 뻔한 적도 있었다.
간추려보자면,
국수를 너무 삶아 팅팅 불어 터졌을 뿐만 아니라 새콤달콤해야 할 양념장이 신맛이 너무 심해서 입안에서 쓴맛처럼 느껴졌었다.
나도 내 잘못을 아는지라 눈치 보고 있는데 남편이 3살 아이의 간장양념된 국수그릇을 빼앗더니 싱크대에 그냥 부어버리는 것이었다.
말로 내게 창피를 주는 것까지는 어째 저째 참을만했지만 아이까지 참전시켰으니 대형 폭탄을 터뜨린 것처럼 사태가 걷잡을 수 없어진 것이다.
실력은 없지만 정성을 다하지 않은 적은 없었기에 항상 억울하고 분했다.
분을 못 이긴 나는 냉장고에 있는 반찬들을 꺼내서 싹 다 싱크대에 버려버렸다.
이 싸움의 결말이 슬픈 건 결국 그 설거지를 내가 했다는 것이다. ㅜㅜ
이 외에도 음식 때문에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다툼이 일어났었다.
그렇게 한참 싸우고 화해하고를 반복하던 어느 날 지인으로부터 사랑의 대화에 관한 책을 한 권 선물 받았다.
책은 남녀가 서로가 원하는 사랑의 언어가 다르다고 적고 있었다.
몇 가지 분류해 둔 것을 따라가다 보니
나는 따뜻한 호응과 칭찬을 사랑의 대화로 인식하는 사람이었고, 남편은 맛있는 음식을 대접받을 때 사랑을 받고 있다고 느끼는 사람이었다.
충격이었다.
우리 부부는 서로에 대해 이렇게나 모르면서 어찌 결혼까지 이르게 된 것인지 놀랍기도 했다.
책을 읽고 나서도 많이 다투었다.
요리실력은 쉽게 늘지 않았고 식사를 준비할 때마다 가슴이 두근거려서 더 실력발휘하기가 어려웠다.
주는대로 그냥 먹는법이 없던 남편은 항상 맛 타박을 했으니 안 싸울수가 없었다.
하지만 달라진 것은 있었다.
남편의 날카로운 반응이 밉깔스럽긴해도 이해해야 하는 영역이라는 것을 인정하게 되었다.
결혼 20년차가 되다보니 많은 것이 바뀌었다.
이제 남편이 뭘 좋아하는지 척척 맞추어 낼 수 있게 되었다.
좋아하는 된장찌개가 입에 맞기만 하면 김치하나만으로도 군소리가 없다.
철이 돌아온 식재료로 반찬을 올리면 건강식이라며 엄마손맛덕분에 먹는거라며 아이들 앞에서 나를 치켜세워준다.
먹고 싶은 음식이 있을때는 기껏이 무거운 장바구니를 들어주며 여기저기 나를 따라다녀준다.
당신의 사랑의 언어는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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