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728x90

아들 둘맘57

할아버지와 손녀의 대화 어느 조용한 평일 오후였다. 할아버지와 어린 손녀가 마라탕 집으로 들어섰다 할아버지는 손녀에게 담아보라고 손짓하시며 큰 볼을 손에 들고 계셨고, 손녀는 능숙한 솜씨로 볼에 야채와 여러가지 재료들을 담아갔다. 마라탕집에 처음 들어왔을때는 홀 냉장고안에 재료들이 신기해보인다 한국 요리에서는 잘 접할 수 없는 분모자,푸주,중국당면이 특히나 신기해보인다. 할아버지께서도 손녀에게 이건 뭐야 라는 질문을 많이 하셨고, 손녀는 당찬 목소리로 하나하나 그 명칭을 알려드렸다 할아버지 : 햄은 두개 넣었는데 또 담아? 너 햄 싫어하잖아 손녀 : 나 햄 좋아해 할아버지 : 집에서는 잘 안먹던데? 손녀 : 엄마가 햄 먹는거 싫어해서 조금만 주는거야. 할아버지 : 아 그랬구나. 그날은 다른 손님이 없어서 홀이 너무 조용했고, .. 2024. 1. 1.
엄마가 걸어간 길 친정 엄마는 40대 중반에 과부가 되셨다. 90년대 불치병으로 여겨졌던 암진단을 받으신 아빠는 어려운 가정형편에 병원비를 감당할 수 없어 집에서 약으로 버티시다 50대 초반에 천국에 가셨다. 엄마는 점점 쪼들리는 생활에도 삼 남매 대학 졸업까지는 뒷바라지하신다며 새벽별보고 나가셔서 밤늦게서야 집에 돌아오셨다. 가방끈이 짧은 중년여성이 할수있는 일은 많지 않았다. 지금 호칭으로 가사도우미나 주방보조일을 알아봐 주는 인력파견업체에 등록하신 엄마는 하루에 2,3건씩 식당일로 여기저기 불려 다니셨다. 그렇게 다니시다 인연을 맺게 되신 의사 선생님 가정에서 10년이 넘게 가사도우미 일을 하시면서 삼 남매가 결혼하고 손주가 태어날 때까지 20년이 넘도록 주 6일을 10시간 넘게 일하시면서 가장으로서 본인의 책임을 .. 2023. 12. 29.
퇴근길 봉다리 먹고 사는 것이 빠듯했던 어린 시절, 공사현장에 일이 있어야 출근하실 수 있었던 아빠가 다행히 일이라도 다녀오실때면 꼭 간식이 든 검정 봉다리를 들고 들어오셨다. 엄마는 일당을 오롯히 챙겨서 오지 못한 아빠를 타박하셨지만 우리에게는 아빠가 사다주시는 길거리 간식들이 그렇게 맛있고 감사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엄마의 돈걱정 때문이 아닌, 아빠의 퇴근길 간식 봉다리 좋아서 일하러 가시길 바랬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결혼하고 줄곧 맞벌이를 했고, 아이들에게 아낌없이 돈을 썼지만 아이들이 받아들이는 정서가 많이 달랐던것같다 대형마트에 쇼핑을 같이 가서 본인들이 직접 골라담았으니 기대감은 크게 없었을 것이다. 식당 홀 매니저로 일하게 되면 나에게도 퇴근길 검정 봉다리 버릇이 생기기 시작했다. 어느 정도 일이 익숙해지.. 2023. 12. 25.
눈치없는 눈물 직업에 귀천이 없다고는 하지만 직업을 정할때 나이는 중요한 커트라인 요소가 된다 중년에 새로운 직업을 알아볼때 누구나 도착하게 되는 막다른 골목은 나이가 많아서 어렵겠다라는 것이다. 구인을 내는 사장님들 입장에서는 나이대를 거르게 되고, 일할 곳을 찾는 구직자 입장에서는 내가 가기에는 아직까지 여기는 좀 그렇다라고 느끼는 곳을 거르게 되니 이 또한 직업을 구할때 큰 장애가 된다 나 또한 지인을 통해 마라탕 홀 매니저 일을 시작할때 두려움이 컸다. 많은 사람들에게 노출되는 자리에 서야 한다는 부담감이 크게 다가왔고, 동네 아는 사람들이 많은데 혹시나 들르면 어쩌나 하는 걱정도 컸다. 하지만 계속 마이너스 나는 생활비를 채워야만 했다. 걸러내기를 할 수 없을만큼 나는 막다른 길에 와 있었다. 첫날 출근길에 .. 2023. 12. 25.
728x90